요즘은 일본 영화계에서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눈에 띄는 것 같다. 나만의 느낌일까. 예전부터 그래왔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관심가는 작품들을 보면 여성 감독들이 참 많다. 우리나라에는 여성 감독의 활동이 활발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일본의 경우에는 여성 감독도 충분히 자신의 작품 활동을 하기에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는게 아닐까 싶다. 


이번에 보게된 친애하는 우리 아이도 일본의 여성 감독 미시마 유키코( 三島有紀子)의 작품이다. 이 감독의 영화는 전에 본적이 없지만 해피해피 시리즈는 들어본 적이 있다. 검색해 보니 이 해피해피 시리즈의 원작 소설도 썼다고 하니 꽤나 다재다능한 감독 같다. 아버지가 미시마 유키오의 열렬한 팬이어서 이름을 그렇게 지어줬다니 어쩐지 이름이 낯익었다.


전에는 nhk 다큐멘터리 감독으로도 일했었다고 하고 퇴직한 후 소설가와 영화감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듯 하다. 필모를 보니 주로 잔잔하고 따뜻한 힐링무비가 많은 것 같다. 일본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 거의 이런류의 영화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여성 특유의 감성적이고 섬세한 면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주로 가족물이 많은 것 같다. 


이 친애하는 우리 아이도 가족 드라마 영화인데 내용은 재혼한 두 남녀와 전 배우자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같이 살게된 아이들과 겪는 이야기다. 이미 일본에서는 세명 중 한 명이 이혼하고 이혼한 사람 중 절반이 재혼 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재혼해서 전 배우자의 아이들과 함께 살게된 가족을 '스텝 패밀리(새혼 가정)'이라 부른다고 한다. 우리 나라도 이혼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지만 이런 새혼 가정이 아직은 흔한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다만 앞으로는 평균 수명의 연장과 높아지는 이혼율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보게 될 수도 있는 그런 가족 형태이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나라 다큐같은데서 본 적이 있었던 것도 같고 외국 영화에서도 이런 유형의 가족 형태를 자주 본 듯하지만 관심을 갖고 보게 된건 이 영화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었다. 아마 이 영화 자체가 새혼가정이라는 주제에 완전히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서 그렇게 된 걸 수도 있다.


영화는 40대 재혼남 마코토(아사노 타다노부)와 그의 부인 나나에(다나카 레나), 그리고 나나에가 데려온 두딸이 같이 살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다.  아사노 타다노부는 그동안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지만 개인적으로 본 영화가 기억이 거의 안나는 배우인데, 아무래도 주로 출연한 영화들이 내 취향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번에 제대로 보게 되었는데 유명세만큼 매력적이고 연기력도 받쳐주는 배우인듯 하다.


다나카 레나의 경우는 최근에 보았던 도보 7분이 기억난다. 자취하면서 겪게 되는 소심한 여주인공의 이야기인데 드라마를 보면서 소심한 캐릭터도 귀여웠고 참 매력있는 배우란 생각이 들어서 인상 깊었었다. 얼마전에 결혼도 한 것 같은데 연기 외적으로도 성실한 느낌이 드는 배우인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아사노 타다노부와의 연기 호흠은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았지만 뭔가 캐릭터가 좀 부족하게 느껴졌다. 주로 이야기의 중심축이 아사노 타다노부라 그렇게 느껴진걸 수도 있다.


영화 초반부에는 좀 지루한 부분도 있었고, 데려온 두 딸중 큰 아이가 새로 태어나게 될 아기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하는 부분에서는 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인데 보통은 그나이때면 슬슬 부모에게서 멀어지고 싶은 나이가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 딸중 유아인 막내 아이가 불안감을 표출하는게 좀 더 그럴듯 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사춘기 소녀라도 부모의 사랑은 당연히 필요로 하겠지만 저렇게 크게 불안감을 표출한다니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계속보다보니 재혼 가정의 아이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한 번 이혼의 과정을 지켜봤고 부모에게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보통의 아이보다는 클 수도 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이들이 느끼고 있을 불안감이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아무튼 그 과정에서 아버지인 마코토는 딸들의 친아버지와의 사이에서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아버지인 자신의 존재와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성실한 모범 가장의 본보기와 같은 마코토와 불성실하고 책임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딸들의 친아버지와의 대비는 아주 뚜렷하다. 딸들의 친아버지는 가정폭력을 일삼고 도박에 빠져사는 인물이다. 


이 친아버지는 자신이 도박이나 유흥에 빠져살게 된 이유가 결혼 생활이 안맞고 애들도 시끄럽고 귀찮고 싫어서 라고 했다. 그럼 결혼을 왜 했냐니깐 결혼하기전에는 몰랐다는 무책임한 말을 늘어 놓는다. 감독은 아버지,아내,딸들은 각자의 사정이 있고 그 사정이 부딪힐때 나는 화학작용을 그려내고자 했다는데,이 친아버지도 그 사람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는걸 이야기 하려는게 아닐까 싶었다. 이 친아버지에게는 자신이 절대로 이겨내지 못할 어떤 무기력함이 영화내내 계속 느껴졌다.


그에 반해 술,담배도 안하고 가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모범 가장인 마코토는 재혼한 부인이 데려온 큰딸과의 갈등에서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는다. 아마 각자 상황을 바라보고 바라는 점이 조금씩 달랐던게 아닐까 싶다. 아마도 딸은 친아버지가 아니더라도 계속 곁에 남아줄 것 같은 따뜻함을 느껴보고 싶은 아버지를 원했을테고, 마코토는 상황 그 자체에만 집중해서 그 갈등을 해결하려는데에만 힘을 쏟고 고민에 빠졌던게 아닐까 싶었다.


말 그대로 각자의 사정의 있었고 그 화학 작용이 갈등을 불러지 않았을까 싶다. 마코토의 전 배우자의 사이에서 태어난 친딸과도 몇 번 만나면서 어색한 갈등 상황이 몇 번 연출되기도 하는데 새혼 가정이라면 겪게 될수 있는 그러한 느낌의 상황이었다. 그 장면들을 보면서 새혼가정 각자의 사람들 마다 각각의 사정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가족으로 묶이게 되면서 일어나는 상황과 감정의 표현을 아주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스토리 전개나 잔잔하지만 섬세한 연출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아사노 타다노부의 연기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은 모범 가장 샐러리맨에 안 어울릴 것 같은 배우인 아시노 타다노부를 주연 배우로 쓰면 재밌을 것 같아 기용하게 되었다는데, 안 어울리기는 커녕 모범 가장 연기에 정말 잘 어울렸다. 뭔가 메뉴얼적이고 답답해 보이는 듯한 성격의 인물을 잘 표현해 낸 것 같았다. 


그리고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결혼은 신중해야 하고 아이를 키우려면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일본의 전철을 따라 우리나라도 새혼 가정의 비율의 늘어나는건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유형 말고도 앞으로는 다양한 유형의 가족의 형태가 생길 것이다. 그 중 재혼 가정의 형태에 이영화는 포커스를 맞추어 보여 주었는데, 다양해져 가는 가족의 모습 속에서 가족이라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영화인 것 같았다. 이제는 가족의 의미도 좀 더 달라지고 확대 되어야 하는 시대가 아닐까 싶다.










Posted by 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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