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 작년 키네마 준보 일본 영화 베스트10을 확인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어제 갑자기 불현듯 생각나서 검색해보니 2017년 일본 영화 베스트 1위에 이 도쿄의 밤하늘을 항상 가장 짙은 블루가 올라 있었다. 작년에 부산 영화제에서 티켓팅 실패로 못봤던 영화인데 꽤나 작품성이 있는 영화였나 보다. 키네마 준보 순위가 개인적 영화평이랑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에서 가장 신뢰할만한 영화 순위가 아닐까 평소에 생각하고 있으므로 1위 작품은 당연히 봐줘야 했다.


사실 예전에도 키네마 준보 상위권에 올라있던 작품중에 정말 괜찮게 본 일본 영화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 영화도 굉장히 기대하고 봤다. 보통 영화를 볼때 초반부에 아 이 영화는 내 스타일이야 하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오는데 바로 이 영화가 그랬다. 초반부터 내 안의 뭔가를  자극하는 그런 것들이 많았고나 할까.  런닝 타임도 108분인가 그랬는데 정말 간만에 영화 시간이 짧다고 느껴지는 영화였다. 요즘 영화들은 쓸데없이 런닝타임만 길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 영화는 좀 더 길게 만들지 좀 아쉽달까 그렇게 느껴졌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도시 번화가에 사는 현대인의 고독, 공허함을 그린 청춘 영화가 아닐까 했는데 어느 정도는 비슷했다. 다만 청춘 영화라기엔 주인공들의 삶의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 평범한 청춘의 일상이나 고민 이라기 보다는 사회의 가장 바닥에 속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한쪽눈에 장애를 갖고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는 신지(이케마츠 소스케, 池松壯亮), 그리고 낮에는 간호사 밤에는 걸스바에서 일하는 미카(이시바시 시즈카 ,石橋静河). 화려한 번화가에 대비되어  힘겹게 살아가는, 희망따위는 잘 보이지 않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청춘 영화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겁다. 공사판에서 일하는 신지와 그 동료들은 항상 경제적 빈곤에 시달린다. 몸을 쓰는 일이기에 아프기라도 하면 굶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아직 젊기에 괜찮지만 항상 불안하다. 같이 일하는 동남아에서 온 동료는 돈을 벌기는 커녕 속아서 일본에 왔기 때문에 빚만 200만엔이다. 당연히 이들 대부분은 데이트도 꿈도 꿀수 없고 그나마 젊은 여성들이랑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은 걸스바 같은 유흥업소 뿐이다. 


유흥업소에서도 시간당 비용이 그들의 하루 일당보다 비싸다. 그래서 여종원원 술은 사주지도 못하고 무시나 당하지 않을까 같이 일하는 동료인 마츠다 류헤이(松田龍平)가 읆조리는 모습이 애처롭다. 마츠다 류헤이는 신지와 미카가 만남을 가지게 되는데 연결 고리를 한다. 공사장에서 같이 몰려다니는 그룹의 리더격인 인물인데 걸스바에서 여종업원 미카의 연락처를 얻어 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죽게되고 장례식에서 미카와 신지는 또 한번 만나게 된다.


미카는 시골에서 올라와 낮에는 간호사로 일하지만 생활비가 부족해 저녁에는 술집에서 일한다. 사치를 부리는 것도 아니지만 대도시에서 살아가려면 비싼 집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조금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저녁에는 술집에서 일해가면서 굳이 간호사 일을 월세 비싼 도쿄에서할 필요가 있을까. 지방 거점도시 혹은 고향 근처에서도 일자리를 구하려면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신지도 마찬가지다. 굳이 공사일을 생활비 비싼 도쿄 한복판에서 할 필요가 있을까. 


아마도 영화 배경을 도쿄 번화가 한복판으로 잡은 것은 어떤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영화 중간 중간 시부야, 신주쿠 거리를 배회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자주 나온다. 왜 하필 시부야와 신주쿠일까. 불빛 주위를 맴도는 불나방처럼 주인공들의 대도시 번화가에 대한 어떤 이끌림 같은 것이 느껴졌다. 마음이 공허하고 고독할 수록 번화한 도시를 떠나기가 쉽지 않다. 화려한 도시는 어떤 초라함과 고독함, 공허함을 가려주는 마취 효과 같은게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염세주의자인 미카에게 어쩌면 도쿄라는 도시는 살아가기에 적합한 도시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랑에 대해서도 시니컬한 미카는 어차피 버릴 사랑은 뭐하러 하냐고 이야기 한다. 연인이 헤어지는 것을 상대방을 버리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건 아마도 자살한 어머니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영향일 것이다. 어차피 헤어질것 뭐하러 사랑을 하냐고, 어차피 죽을거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미카.  공허함과 고독감에 시달리는 미카에게 신주쿠, 시부야라는 도시의 화려함과 번화함은 어쩌면 그것을 채워주는 공간일지 모른다.


그리고 대도시의 화려함은 공허함과 고독뿐아니라 죽음마저도 은폐한다. 영화에서는 고독사하는 노인의 모습도 나오는데 감독은 이런 쓸쓸해 보이는 노인의 집이라던가 병원 뒷부분의 장면을 자주 보여 줌으로써, 우리가 스쳐 지날 수 있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빛을 넣어보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감독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관심에 대해서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신지를 한쪽 눈이 보이지 않게 설정한 것이 그런 의도가 아닐까 싶다. 


신지는 한 쪽눈이 보이질 않는 장애가 있지만 마츠다 류헤이의 죽음이라던지 불안한 예감을 잘 맞추는 인물이다. 그리고 옆집 노인의 죽음전에도 계속 교류가 있었는데 어쩌면 대도시에서 살아가지만, 사람들은 잘 보지 못하는 그런 것들을 보는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남들보다 눈앞에 있는 건 잘 보지 못하지만 그래서 어쩌면 남들이 평소에 간과하는것, 그러니깐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것이 아닐까 싶다. 


언뜻 줄거리를 보면 영화내내 현대인의 공허하고, 고독함이 느껴지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마냥 어둡고 무겁기만 한 건 아니다. 영화의 색감이나 배경음악등은 어둡고 우울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떤 희망같은 것이 숨겨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중간중간 무명가수로 나오는 노래와 가사도 우울함 보다는 힘을 주는 노래였다. 노래 멜로디가 듣기 좋아 검색해보았는데 영화를 위해 직접 작곡된 곡이라고 한다. 가사는 감독이 썼지만 누가 작곡했는지는 알수 없다. 


중간중간 노래를 부르는 이 무명가수는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 뿐만 아니라  영화의 어떤 상징같은게 아닐까 하고 생각되었다. 마지막에 이 가수의 앨범 릴리즈 광고판을 달은 트럭이 지나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결국 영화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건 희망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 중간에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구경하는 관객은 한 명도 없을 뿐더러, 노래 자체도 상업적인 인기를 끌수 있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어떤 반전이 느껴졌다.


감독은 절대로 성공하거나 행복해지지 못할 것 같은 사람들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그걸 발견하는게 자신의 영화 제작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했는데,  이런 무명 가수의 성공은 감독이 이야기한 모습일 것이다. 영화 속 미카와 신지에게 희망은 이야기 하기 어려운그런 단어가 아닐까 느껴졌는데 감독은 이런 이들에게도 어떤 희망의 가능성에 대한걸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둘의 만남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건 희망 뿐만이 아니라 결국엔 사랑이라고 강조하고자 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키네마 준보 작년 1위 영화답게 여운이 짙게 남는 영화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연 배우인 이케마츠 소스케와 이시바시 시즈카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이케마츠 소스케는 일본 영화를 보게 되면 자주 보게 되는 배우인데, 그만큼 연기력도 인정 받고 감독의 선호를 받는 배우인듯 싶다. 이 영화의 감독인 이시이 유아(石井裕也) 감독도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배우라 인터뷰에서 이야기 했다. 


그리고 여배우인 이시바시 시즈카는 이 영화가 첫 장편 주연 데뷔작인 것 같은데 앞으로 굉장히 기대되는 배우인 것 같다. 파크라는 일본 영화에 조연으로 나왔던데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시이 유아 감독의 영화는 필모를 보니 예전에 행복한 사전을 본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아주 큰 인상은 받지 못했었는데 이번 영화로 큰 관심이 가게 되었다. 앞으로도 기대되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감독인 것 같다. 




Posted by 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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