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18 전주 영화제에서 제일 먼저 보게 된 영화다. 마츠오카 마유(松岡茉優)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 보기전 부터 기대가 살짝 컸다. 그동안의 작품 활동을 보면 키리시마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와 리틀 포레스트등에서 인상적인 조연 연기를 보여줬고 그 뒤로도 드라마 주연도 꿰차는 듯 꽤나 승승장구 해온 것 같았다. 그에비해 장편 영화 단독 주연은 좀 늦은감이 없지 않나 싶었다.


마츠오카 마유의 모든 작품을 다 챙겨 보진 않았지만 영화 키리시마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에서 처음 본 후 계속 관심을 가져온 배우다. 이 영화에서 청춘 스타들이 참 많이 나오는데 그중 하시모토 아이와 더불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같다. 잠깐 잊은 듯 하면 어느샌가 주연작을 꿰차고 작품으로 돌아와 소식을 알린다. 그만큼 매력도 있고 연기력도 인정받고 있다는게 아닐까 싶다.


영화 키리시마에서의 캐릭터가 워낙 강렬해서 원래 성격이나 말투가 평소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성격은 잘 모르겠고 말투는 작품마다 좀 비슷한듯 하다. 약간 시니컬하고 읆조리는 듯 하면서 툭툭 내뱉는 말투와 더불어 언제 그랬냐는듯 귀엽고 애교섞인 말투를 써가며 보는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 같다. 실제 성격도 약간 시니컬하지만 또 애교도 많지 않을까 하고 혼자 예상중이다.


그동안 주로 귀엽고 통통튀는 역할을 많이 맡아 온것 같은데 이번 작품에서는 뭔가 성숙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예전 작품에서 보다 머리 스타일이 조금 바뀐듯 했다. 머리를 살짝 기른것 같은데 성숙해 보이는게 그때문이었을까 싶다. 하지만 첫인상과 달리 영화에서의 캐릭터는 아직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사는 아직은 어린애같고 철부지 같은 모습이 많았다.


영화의 내용은 한사람만 10년 동안 짝사랑하며 모태 솔로로 살아온 20대 중반의 여성이 두번째로 짝사랑하는 남성을 직장에서 만나면서 시작된다. 영화보기전 줄거리를 보고 여자 히키코모리나 오타쿠 얘기가 아닐까 했는데 살짝 비슷했다. 영화속 주인공은 제대로 된 친구나 연애 경험도 없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사는 히키코모리에 가까운 여성이다.


다만 직장은 다니고 있으므로 히키코모리는 아니라고는 할 수 있지만 그녀에게는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상대가 없다. 중학교 회상 장면을 보면 혼자 그림 그리며 노는 모습도 있는데 오타쿠적인 모습도 살짝 있어 보였다. 이런 스토리는 보통 코믹 개그쪽 아니면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를 예상할 수 있는데 보고 난 후 소감은 좀 애매했다. 


어두운 영화라고 해야 할지 코믹하고 밝을 영화라 해야할지 좀 구분이 안섰다.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싶었는데 gv에서 감독의 얘기를 들어보니 딱히 그런 의도는 없는 것 같았다. 사실 처음에 영화의 분위기가 개인적으로 조금 어두웠다. 그리고 조금 쓸쓸한 느낌도 들었다. 보통 처음 시작 할때 영화의 색감이나 화질에 따라서 영화의 첫인상이 결정되는데 색감 자체가 조금 쓸쓸한 느낌이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마치 7,80년대나 아니면 2,30년대를 연상케하는 느낌의 분위기나 색감이었다. 2,30년대는 경험해 보질 않았지만 그냥 그럴것 같은 혼자만의 느낌이다. 그리고 영화 세트장이라고 해야하나 주인공의 집이나 회사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조금 어둡고 쓸쓸하게 느껴졌다. 점심시간에 여직원들 단체로 불끄고 자는 것도 좀 이상해 보였고 원래 이런건가 하고 궁금했다.


그리고 주인공의 대화 상대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혼자 떠드는 대사였다.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은 모두 독백으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감독이 영화화 할때 대사를 넣어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꽤나 고심했다고 했다. 결국 대사를 넣기 위해 감정 없어 보이는 캐릭터들을 버스나 카페 강가에 붙박이로 두고 주인공이 혼자 가서 떠들어댄걸로 대사 처리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진득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대상이 없는 주인공의 고립감이 내게도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혼자 떠들어대는 대사를 치는 모습이 코믹해 보일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쓸쓸하게도 느껴질수도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소설 원작도 궁금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번역이 안되었다고 하니 아직은 읽어 볼 수가 없다. 특히 소설속 분위기가 특히 궁금하다. 


그런데 왜 이 소설을 영화화하려 했는지 감독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gv에서 오오쿠 아키코(大九明子) 감독은 자신은 사람들 속에서는 잘 웃고 겉보기에는 능숙해 보이는 타입의 사람 같지만 일이 끝나고 집에와 혼자가 되면 침대 베게 위에서 울고마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사람이라고 한다. 첫인상은 그렇지 않았는데. 뭔가 사회성이 좋아 보이는 사람 같았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혼자서 잘 울곤 한다는 얘기는 정확히 들었다. 상냥하지만 쉽게 상처 받는 그런 사람인것일까. 겉으로는 어찌저찌 사회생활을 해나가고는 있지만 주류의 감성에 속하지 못하는 비주류 감성의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히키코모리와 오타쿠 기질도 살짝 있고 고립되어 있는 듯한 원작 소설의 캐릭터에 너무 공감했고 꼭 영화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소설속 캐릭터가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그런 기분이라고도 했던 것 같은데 이건 정확하진 않다. 아무튼 감독의 이런 저런 얘기를 듣다 보니 감독이란 사람이 갑자기 굉장히 감성적인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조금은 어둡게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에서 특히 회상장면의 색감과 배경음악이 참 쓸쓸하게 느껴졌는데 감독의 감수성의 영향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어두운 느낌의 영화로 볼 수 없는 영화인것 같다. 오히려 쓸쓸하고 고립되어 있지만 세상 밖으로 빠져 나와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분투기에 보내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특히 영화 내내 감독의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결말도 그런식으로 난게 아닐까 생각 중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마츠오카 마유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 언뜻보면 그동안의 이미지와도 조금은 비슷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연기 변신에 성공한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4차원적이고 공상을 좋아하지만 약간은 찌질해 보일수도 있는 역할을 아주 매력적으로 연기했다. 아마 단독 주연작이라 본인 스스로도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다른 자세로 연기에 임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영화를 위해서 감독과 둘이서 만나 3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등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고 한다. 영화 캐릭터를 위해서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았고 감독의 의도가 아마도 맞아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를 보고나서 마츠오카 마유의 못 본 작품들을 이번에 한 번 보고 싶어졌다. 아직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자세히 알고 싶어진 배우라고나 할까.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마츠오카 마유의 영화 단독 주연작은 대성공인듯 싶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작년 12월말에 개봉했는데 아직까지 상영하고 있을 정도로 롱런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외롭고 혼자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고 생각해 보면 좋은 영화일 듯 싶다. 감독이 gv에서도 몇번 따뜻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영화에서 따뜻함도 느낄수 있다면 더욱 좋을것 같다.


보너스로 gv가 끝난후 오오쿠 아키코 감독이 관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사진 한장. 나와서 보니 굉장히 상냥하고 세심한 느낌의 사람인 것 같았다. 살짝 일본 여자 개그우먼 오니얏코를 닮은 것 같기도 한데 나만의 생각일수도. 우리나라에 오오쿠 아키코 감독의 개봉된 영화가 없는 것 같은데 앞으로 기회 된다면 다른 작품도 한 번 찾아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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